공정위 “소재 불명 소비자에 공시송달하라”, 갑작스러운 조치에 업계 ‘혼란’업계 “할부거래법에도 없는 내용에 소급적용까지”···불만 폭증
김성태 기자ㅣ 기사입력 2018/01/25 [09:21]

공정위는 최근 선수금 보전 의무 위반 의심업체 8곳을 적발하고 향후 추가 직권조사를 벌여 엄중 조치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상조업체가 적법한 절차 없이 임의로 계약을 해제한 이후 선수금 보전의무를 미이행한 사례를 다수 적발하고, 소비자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후속조치에 착수했다고 지난 1월 11일 밝혔다.
조사 결과 상조계약을 임의로 해제해 선수금 보전 의무 위반이 의심되는 8개 업체를 적발했다. 이들의 계약해제 건수는 약 1만 6000건으로 미보전 선수금은 약 28억 7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할부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할부거래법) 제27조는 상조업체가 소비자로부터 납입 받은 선수금의 일정 비율(50% 이내)을 소비자피해 보상보험계약 등을 통해 보전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할부거래법 제 26조에는 소비자가 대금을 납입하지 않아 상조업체가 계약을 해제하려는 경우, 계약 해제 이전에 소비자에게 대금 지급의무를 이행 최고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조업체가 계약 해제 이전에 최고 절차를 적법하게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 해제가 유효하지 않으므로, 이 경우 계약 해제를 이유로 선수금 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업체는 처벌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에 대한 1차 분석을 통해 ■계약 해제 이전부터 선수금 보전의무를 위반한 경우 ■계약 해제 이전까지는 선수금 보전의무를 이행하였으나, 적법한 절차 없이 계약을 해제한 이후 선수금 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계약 해제 이전까지 선수금 보전의무를 이행하였고 계약 해제도 적법하나 해약환급금 지급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등으로 분류해 유형별로 후속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의 선제적 예방을 위하여 현장 조사 당시 계약 해제의 적법성을 소명하지 못한 업체들에게 우선적으로 선수금 보전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향후 계약해제의 위법성 검토 결과에 따라 해당 업체 및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특히 계약 해제 이전부터 선수금 보전의무를 위반한 업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관련 법령에 따라 즉시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등기우편은 계약해제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무효로 간주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직권조사를 통해 계약해제의 적법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위법한 계약해제가 적발될 경우에는 별도의 이행 권고 없이 즉시 관련 법령에 따라 강력히 조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그동안 임의로 계약을 해지한 소비자에 대한 이행최고 방법과 관련, ‘공시송달’이라는 기존에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방식을 이행토록 주문함으로써 업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장조사 과정에서 일부 업체는 소비자가 소재 불명인 경우가 많아 일간지 공고를 통해 최고 의무를 이행하였다고 주장했으나 소비자가 소재 불명인 경우에는 공시송달 제도 등을 통해 최고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상조업계 역사상 지금까지 거론된 적이 없던 내용으로 이번 조사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공시송달은 법원이 송달할 서류를 보관해 두었다가 당사자가 나타나면 언제라도 교부할 뜻을 법원 게시장에 게시하는 송달방법으로 민사소송법상 송달 방법 중 하나다.
현행 할부거래법 제26조에 따르면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소비자가 대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선불식 할부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경우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그 계약을 해제하기 전에 14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소비자에게 이행할 것을 서면으로 최고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따라서 업체들은 대부분 소비자의 소재지가 불명인 경우에는 할부거래법에 따라 서면을 통해 이행최고하고, 최종적인 수단으로 등기우편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공정위가 갑작스레 ‘공시송달’을 통해 이행최고를 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이 제시된 한편, 기존의 등기우편을 통한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는 것이다.
김효식 공정위 할부거래과 사무관은 “공시송달 방법은 할부거래법에는 정해져있지 않지만 민법에 있는 내용으로, 기존의 등기우편 발송의 경우 소비자가 받지 못하는 경우 최고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
김 사무관은 갑작스러운 공시송달 요구에 대해서는 “공시송달을 통한 절차에 대해 미리 업체들에게 현재 공문을 보내 알리고 있으며, 기존의 계약해지 건에 대해서도 혹시 그렇게 절차를 거치지 않는 사안이 있다면 다시 한번 점검을 하라”고 주문했다.
많은 업체들이 혼란을 겪고 있고, 과거의 해지 건까지 찾아내 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반문하자 “계약해지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인 만큼 업체 측에서 최대한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이번 보도를 통해 처음 ‘공시송달’ 방식을 접했는데, 법에 명시된 사항도 아니거니와 아마 상조업체 중 단 한 곳도 이행한 업체가 없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조업체 관계자는 “법에 명시되지도 않은 사항을 심지어 소급 적용까지 하겠다는 것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등기우편만 하더라도 일년에 수 백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공시송달의 경우 소비자의 주소지에 해당하는 관할법원을 통해 진행할 수 있어, 전국 관할 법원과 다 진행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했다.
상조업계 관계자들의 발언과 같이 실제 거의 모든 업체들은 ‘할부거래법’에 의거한 이행최고 방식을 준수해왔던 탓에 공시송달을 통한 최고를 거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때문에 실제로는 전혀 법을 어기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추후 공정위 조사를 통해 자칫 ‘범법’업체가 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러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한 이해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과거의 해지 건까지 다시 점검토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정위의 강경한 조치와 으름장에 가뜩이나 규제 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조시장은 더욱 곡소리가 늘어갈 전망이다.
발췌 : 상조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