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의전 책임자 자살, 국가는 무엇을 했나
장례지도사 근무 환경 개선 시급발췌 상조메거진 : 김성태 기자

지난 8월 11일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의전을 총괄하던 김영태 前 서라벌대 교수가 목을 매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오랜 시간 장례업계에 종사하며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던 김 교수는 유서에 “학생들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스트레스를 받아 죽고 싶다”는 내용을 남겨놓고 떠나 안타까움을 남겼다. 국민적 참사 앞에 유족의 슬픔을 고스란히 감내했던 한 장례지도사의 죽음에 업계에서는 애도의 뜻을 표하는 한편, 장례지도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안산단원경찰서에 김영태 교수는 11일 오후 9시 20분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동료들은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김 교수가 보이지 않아 찾아다니던 중 제단 영정사진 뒤편에서 목매 숨져있는 현장을 발견했다.김 교수가 입고 있던 바지 주머니에서는 방명록 종이를 찢은 후자필로 작성한 유서가 나왔다. 유서에서 “학생들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미치도록 스트레스를 받아 죽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을 만한 다른 메시지는 없었다”며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유족 등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 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A씨가 동료들에게 “관리자능력이 부족하다”며 “자신 탓이다”라고 자책했었다는 증언에 따라 분향소 동료들을 상대로도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영태 교수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한 장례업계에서는 애도의 뜻을 표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천안함 침몰사건,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건 등 각종 국가적 재난이 있을 때마다 분향소 설치와 의전 절차를 수행했던 김 교수에 대한 감사의 뜻도 잊지 않았다.일각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의 슬픔과 학생들에 대한 지원 외에도 이를 수습하는 장례지도사에 대한 지원은 미흡했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련 기관의 행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관계자에 따르면 김 교수가 생전,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했다. 또 유족들에게도 연신 죄송하다는 마음을 갖고 쉴 틈 없이 일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임금 지급이 늦어지는 일이 다반사로 나타나면서 마음고생이 더욱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한 장례업계 종사자는 “정부는 세월호 사고 구조자, 실종자 가족, 유가족 및 지역주민 등을 위해 심리지원까지 제공하며 안산의 학교 교직원에 대해서도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적장 유족들의 고통을 매일 지켜보며 감내해야 했던 장례지도사에 대한 지원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장례지도사들은 죽음을 다루는 것에 대해 그저 일로서 여기지 않는다. 고인의 몸을 씻기고, 또 수의를 입히는 등 이승에서의 마지막 단장을 예우를 다해 모시는 숭고한 직업이다”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종사자들은 보건·위생에도 취약하지만 유가족의 슬픔을 그대로 마주하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장례지도사 처우 개선 위해 정부기관 관심 절실
장례지도사의 역할은 장례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는 것이지만 그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 없다. 먼저 대부분의 장례지도사들이 하루 약 12시간을 근무하지만 초과 근무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수당은 지급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주말이나 공휴일도 장례지도사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또한 각종 병원균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이 미흡하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사망자의 70% 이상이 각종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데다, 장례식장의 시신을 처리하는 현장에서는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더욱 높다는 지적이다. 이는 장례지도사를 비롯해 유가족들에게까지 2차적인 위협 요소가 될 수 있어 보건·위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이 지난 2012년부터 국가자격제도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직업적 위상은 양지가 아닌 음지에 위치하고 있어 이미지 개선도 절실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장례지도사의 애환에 대해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의 현실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수박 겉핥기식 행정이 아닌 실제로 현장을 느끼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의 특수성과고령화 사회에 있어 이들의 역할에 대해 진심으로 돌아보고, 협조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사입력: 2017/09/05 [09:59]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