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 맞아 개장유골 화장 몰려…전국 승화원 과부하연장근무 등 비상체제 돌입 신범수 기자

3년 만에 돌아온 윤달로 인해 그동안 미뤄놓은 개장유골 및 안치를 위해 화장장을 찾는 이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윤달은 흔히 ‘손 없는 달’로 불리며 개장이나 이장 등 장례관련 일을 치르기에 좋은 시기로 인식돼왔다. 때문에 전국의 승화원에는 예약이 가득 찼고,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시 3년을 기다릴 수 없다며 지자체 및 승화원에 대책을 요구하는 등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실제 최근 5년 사이 윤달에 조상 묘를 개장하면서 화장을 하는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윤달이 꼈던 지난 2012년, 개장유골의 화장건수는 8만 8000건에 달해 이듬해 평년인 2013년 4만 8000건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이후 다시 윤달이낀 2014년에는 8만 건으로 늘었다가 평년인 2015년에는 4만 6000건으로 다시 낮아졌다. 윤달의 유무에 따라 2배정도 화장터 수요가 급증하는 셈이다.
‘손이 없는 달’로 불리는 윤달에는 개장, 이장하거나 수의를 미리 지어놓는 풍습이 전해진다. 윤달에는 ‘하늘과 땅의 신(神)이 사람에 대한 감시를 쉬기 때문에 궂은일을 해도 탈이 없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윤달이 돌아오는 해엔 개장 화장 건수가 폭증하곤 했다. 이번 윤달은 음력 5월 1일인 지난 6월 24일 시작돼 음력 5월 29일인 지난7월 22일까지다.지난 6월 26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윤달 기간에 58개 공공 화장시설 개장 유골 화장 인터넷 예약은 이미 거의 찬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7월 22일 예약 건수가 2만 건을 넘기며 더는 인터넷 예약은 어렵고, 방문과 전화 예약이 가능한 곳 등만 남았다고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전했다. 윤달 기간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이용한 사람은 하루 6803명으로 작년 일평균인 3688명의 두 배 수준에 육박했다.
장례문화는 윤달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매장이 아닌 화장이 대세가 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국 화장률은 80.8%로 전체 80%를 넘었다. 지난 1994년 20.5%에 불과하던 화장률은 급격히 치솟아 이제는 매장을 제치고 장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이는 정부가 토지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화장을 장려한 이유도 크지만 대부분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묘지 관리 자체가 힘들어지면서 장례문화 자체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벌초 및 묘지관리는 해방직후만 해도 집과 멀 경우 산지기를 따로 둘 정도였지만 인건비가 치솟고 시간을 내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됐다. 그래서 윤달이면 묘지를 개장해 화장한 뒤 봉안당에 안치하거나 선산에 묻으려는 문의가 쇄도하게 된 것이다.
경기 용인의 장례시설 ‘평온의 숲’ 관계자는 “보통 하루에 화장을 14건 정도 처리하다가 윤달 기간 28건으로 두 배로 늘렸는데도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윤달이 있던2012년과 2014년에도 개장 유골 화장건수가 각각 8만 7982건, 8만 15건 등으로 평소 연간 4만여 건보다 크게 늘었다. ‘윤달 특수’를 겨냥한 마케팅도 벌어졌다. 롯데백화점에선 수도권 4곳, 지방 3곳에서 7월 말까지 특설 매장을 마련해 삼베로 만든 수의를 판매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수의 가격대는 90만원에서 700만원 사이로 300만원대가 가장 많이 나가는데, 미아점에선 일평균 구매 고객이 2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윤달을 맞아 화장 건수가 대폭 늘면서 매장에서 화장 문화로 변화 흐름도 가속화하고 있다. 시신을 화장하는 비율은 1993년(19.1%) 5명 중 1명꼴에서2015년(80.8%)엔 5명 중 4명 수준으로 뛰었다. 20여 년 만에 화장과 매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역전된 셈이다. 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올 3월 잠정 집계치로 이미 화장률이 83.4%까지 올라갔다.

윤달 화장 예약 ‘하늘의 별따기’
자식 부담 주기 싫어 조상 묘 개장해 화장하려는 수요 급증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 놓아도 아무 탈이 없다’고 할 만큼 무탈한 달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번 윤달을 기회로, 후손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관리가 어려운 묘지를 개장해 화장한 뒤,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자연장을 하려는 수요가일시적으로 집중되고 있다.
경기도내에서 가장 많은 화장을 하는 고양 서울시립승화원은 윤달이 시작하는 지난 6월 24일부터 윤달기간의 화장시설 예약이 100% 완료됐다. 승화원은보통 15일 전 예약을 받던 것을 윤달에는 30일로 기간을 늘렸다. 하루 평균 85회 가동 하던 화장 횟수는 41회 늘린126회로, 개장 화장은 평소 20구에서41구로 늘려 화장함에도 불구하고 예약시작 10분도 채 안 돼 마감됐다.
고양서울시립승화원 관계자는 “매일자정부터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통해 예약을 받는데 윤달에는 시작한지 10분도 안 돼 모두 완료 된다”며 “예약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에 달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장사시설 예약도 하늘의 별따기다. 수원 연화장은 이번 윤달에 평소 화장 횟수보다 8회 늘린 48회 중, 개장 화장은 6구에서 16구를, 성남 영생관리사업소는 이 기간 동안 하루 화장 52회에서 59회로 늘리고 개장 화장은 6구에서 20구를 처리함에도 예약이 다 차 시민들이 운영시간을 더 늘려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용인 평온의 숲도 수요가 급증해 하루 평균 화장 41회에서 46회로 5회 늘리고 개장 화장은 평소 18회에서 28회로 가동하고 있음에도 대기예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이 묘를 없애고 개장 화장하는 것은 장묘 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례업계 전문가들은 “고령화·핵가족화 추세와 맞물려 ‘자식에게 짐을 넘기기 싫다’며 개장 화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번 윤달을 계기로 이미 80%를 넘긴 화장률이 더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 된다”고 입을 모았다.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윤달 기간 개장화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경기도내 화장시설을 비롯한 전국 60개 화장시설예약 기간을 15일 전에서 30일 전으로 연장했다”며 “예비 화장로 추가 가동과 운영시간을 늘려 화장을 하는 사람들의 불편을 최대한 줄이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 영락공원, 화장장서 유골 들고 줄서서 대기번호 받고 돌아가윤달에 맞춰 화장을 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광주도시공사가 운영하는 영락공원 내 화장시설이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몸살을 앓았다. 지난 7월 7일 광주시와 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윤달을 맞아 개장 유골에 대한 화장수요가 평소보다 20배 이상 급증했다.
윤달 기간 동안 화장시설 이용 건수는 860여건으로 1일 평균 78건에 달했다. 윤달이 없는 평달에는 하루 2∼3건 정도다. 광주시는 윤달에 대비해 올해 화장로 2기를 증설, 주중 3기, 주말에는 4기를 운영하고 있으나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또한 도시공사 측의 미숙한 업무진행으로 인해 이용자들이 많은 불편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공사 측이 복지부 장사정보시스템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선착순 접수로 화장업무를 처리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산 것이다.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기 때문에 새벽부터 줄을 서기 일쑤인 데다 유골을 들고 왔다가 대기번호만 받고 되돌아가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이장을 위해 영락공원을 찾은 김 모 씨는 “선착순이라 새벽에 갔는데 대기자만 70명이 넘었다”며 “이장 등으로 영락공원을 찾은 나이 많은 이용자들은 새벽에 나와 선착순 접수를 하는 것이 몸에 많은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선착순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 이용자들을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락공원사업소 한 관계자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을 활용하면 하루에 30여건 밖에 처리할 수 없다”며 “밀려드는 수요 감당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선착순을 하고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관계자는 이어 “광주도시공사는 주말의 경우 하루에 2시간 연장운행을 진행했고, 임시직원까지 고용해 한꺼번에 밀려오는 화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최선을 다 하고 있다”며 “대기 이용객의 불편이 있는 만큼 내년에는 인터넷 예약제와 화장로 증설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군산·제주 윤달기간 연장근무 실시군산과 제주 역시 윤달을 맞아 화장예약이 폭증하고 있다. 이에 예약을 잡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연장근무를 실시하는 등 특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군산시에 따르면 윤달기간동안 평상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던 화장시설 이용시간을 오전 7시에서 오후 7시까지로 3시간 확대연장 했다. 시의 이 같은 조치는 유골 화장예약 폭증에 따른 원활한 화장장 운영과 유족 불편해소를 위해서다.군산시 관계자는 “승화원은 인터넷 접수 외 팩스와 방문접수 등으로 이용할 수 있고 급한 경우 당일 접수건도 선착순으로 처리되며 개장 신고필증이 있으면 수시 예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제주도는 역시 윤달기간 원활한 화장업무 추진을 위해 1일 3시간을 연장해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특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화장업무를 맡고 있는 양지공원은 이에 따라 근무인력을 평소 3~4명에서 6~7명으로 증원 배치하고 있다.
제주도의 올해 윤달기간 개장유골 화장예약 건수는 2004구에 이른다. 이는1일 평균 70구에 이르는 수치이자 전년도 같은 기간 667구에 비해 333.4%나급증한 셈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핵가족화와 함께 저출산·고령화시대를 맞아 조상 묘를 관리할 자손들이 줄어들면서 벌초 등 묘지관리를 편리하게 하려는 측면이 많은 것으로 제주도는 분석했다.양시연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여름철 더위에 1000도가 넘는 화장로의 열기와 200도에 가까이 되는 온도에서 화장한 유골을 수골해야 하는 등 열악한 환경을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극복하면서 화장업무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며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울누리공원과 서귀포 추모공원 등도 양지공원 화장 상황에 따라 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등 장사시설 관리부서 모두가 긴장감을 가지고 화장 문화 정착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시설 예약 대란…무허가 시설 이용 곤란
복지부 “장사법 위반 시 벌금형 처해질 수도”윤달로 인해 화장 수요가 급격히 몰리는 현상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묘지관리가 어려워 진데다 조상의 유골을 화장해 봉안당에 모시는 일이 보편화되며 윤달을 맞아 화장장을 찾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며 “윤달이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예약이 모두 마무리됐기 때문에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연장근무를 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복지부는 개장 유골을 화장할 때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관련절차나 위법 여부를 숙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개장 유골을 화장하려면 묘지가 위치한 읍·면사무소 또는 동주민센터에서 개장 신고필증을 교부받아야 한다”며 “이를 어기면 1차 100만 원, 2차 150만 원, 3차3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허가 화장시설 등화장 시설이 아닌 묘지 근처 등에서 유골을 화장했다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기사입력: 2017/08/09 [09:16] 최종편집: ⓒ sangjomagazine.com 발췌 : 상조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