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훈 발행인ㅣ 기사입력 2018/07/05 [09:27]
우리나라가 월드컵 축구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꺾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지만, 이전 어느 대회보다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를 떠나 유독 우리나라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던 심판 판정은 특히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는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축구를 사랑하는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순수한 축구의 즐거움을 앗아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 장면을 보며 장례식장과 상조 업체들 간의 갈등이 떠올랐다. 실제로 몇달 전 한 방송 매체를 통해 관련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장례식장에서 자신들이 제공하는 물품만 쓰도록 강요하며 상조 회사의 행사 진행을 거부한 상황이었지만, 아쉽게도 모든 비판은 상조업체에게 쏟아졌다. 그 동안 할부금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행사를 치르지 못한 소비자는 상조 업체에 클레임을 걸었고, 보도에서도 마치 상조 업체의 횡포처럼 느낄만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힘들고 경황이 없는 가운데 모든 상황을 냉철히 이해하고 분석하기 힘들다.
장례식장에서 고가의 물품을 강매하는 관례 또한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사건을 바라보는 일반 대중들 역시 자세한 내막을 이해하기 어렵고, 보도의 뉘앙스와 상조 업계에 대한 편견으로 쉽게 상조 회사 탓을 한다.
장례식장의 이러한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관, 초도물품, 꽃 제단 등을 강매하는 경우는 비일비재 했고, 아예 유족에게 상조 회사와 계약 해지를 유도하는 장례식장도 많았다. 아예 상조업체는 진입 자체를 불허하는 곳도 있었다.
상조 시장의 성장과 장례식장 경쟁 심화로 이러한 장례식장의 횡포는 더욱 심해지는 모습이다. 엄밀히 말하면 장례식장의 주 기능은 장례를 치르기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관련 물품은 미처 준비할 경황이 없는 유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부가적인 사업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합리적 판단이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이미 상조업체와 계약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고 준비한 물품과 서비스까지 쓰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불합리한 행위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고인의 시신을 인질로 협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상조업체와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저해하고 유족의 고통과 상심을 배가하는 행위다. 장례식장에서 상조 회사의 출입을 막아 결국 먼 곳으로 장례식장을 옮겨 행사를 치러야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자신들의 수익 때문에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린 장례식장의 횡포로 죄 없는 유족이 평생 고인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상조업체는 행사를 원활히 진행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한다. 과연 이것이 장례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경건하고 성스러워야할 일을 주관하는 이들이 해야 하는 행동이 맞는지 묻고 싶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장례식장의 비양심적인 횡포로 인한 갈등으로 지금도 많은 상조업체들이 금전적 피해를 입고, 업계에 대한 이미지가 거듭 실추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은 이뤄지지 않고, 유족들의 피해만 늘어간다. 지금도 법적으로 장례식장의 장례용품 강매는 금지되어 있지만, 교묘히 법망을 피해 유족과 상조 회사를 괴롭히고 있다. 하루빨리 제도를 더욱 촘촘히 가다듬고, 실효성 있는 단속과 처벌을 통해 이러한 비양심적 관행과 불공정한 경쟁을 해소해야 한다.
장례의 장소를 제공하는 장례식장, 그리고 장례 행사의 내용과 물품을 공급하는 상조 회사는 충분히 각자의 역할을 하며 상생할 수 있는 업종이다. 우리나라의 건전한 상장례 문화를 위해서라도, 유족들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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